UN은 2006년 책임투자원칙(UN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을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전세계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대상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적 책임 및 지배 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하도록 권고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UN 책임투자원칙에 동참한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3,600개사를 넘어섰고 이들 기업의 운용 자산이 90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ESG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Inc.)의 경우 매출의 25% 이상을 발전용 석탄 생산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정도로 ESG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지침에 ‘지속 가능성’을 추가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고 투자처를 선택할 때 ESG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환경(E)·사회(S)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배구조(G) 공시 의무는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에도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기업의 ESG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매년 공시되고 있다. ESG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서는 제품 생산부터 총무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의 전기·물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폐기물 발생량 등 관련 데이터를 정확하게 파악, 수집 및 정리해야 한다. 따라서 ESG 관련 기준정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기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시스템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생성되는 경우 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수기로 취합·편집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신뢰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ESG 보고서에 쓰이는 데이터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할까?
ESG 보고서를 매년 공개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UN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1]가 추천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2]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보고서 품질 확보를 위해 [그림 2]의 6가지 요건을 요구한다.
이 요건들은 기준정보의 특성과 거의 일치한다. 즉 기준정보가 ESG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ESG 정보 제공 매체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와 차입을 위해 연중 수시로 발생하는 외부 기관과 투자자들의 ESG 평가에 적시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로 인해 년 1회, 파일 또는 종이 보고서를 발간하던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 ESG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변경 사항을 온라인에 상시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수작업으로 ESG 데이터를 산출하는 기업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ESG 경영에 필요한 기준정보는 환경(E)과 사회(S)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E) 영역에서는 온실가스와 관련된 시설 및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정보 관리가 필요하다. 사회(S) 영역에서는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취급 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시설·설비, 물질 및 임직원 정보는 ESG 경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준정보에 해당한다. 기준정보는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사람의 수작업 없이 ESG 경영 요소에 자동 반영되어 집계될 수 있도록 업무와 시스템에 동일한 기준으로 정의 및 운영되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ESG 경영이 전세계적인 화두이자 모든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하자. 그리고 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실행에 나서야 한다. 바로 ESG 경영의 근간이 되는 기준정보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해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1] UN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의 주도로 2000년 7월 출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자발적 국제 협약
[2]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미국의 NGO인 Ceres(환경에 책임을 지는 경제를 위한 연합)과 UNEP(국제연합 환경계획) 등이 중심이 되어 설립된 국제기구로 지속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
전준범 상무
에스코어㈜ 컨설팅사업부 데이터컨설팅팀
프로세스 혁신(PI) 및 데이터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삼성 관계사와 국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다수의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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