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개인화 시대의 도래
2020년을 전후하여 등장한 마케팅 트렌드 중에서 아직까지도 위세를 떨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키워드로 ‘초개인화’를 들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2020(저자 김난도)’에도 언급된 이 용어는 유통 및 제조업에 종사하는 마케터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개인화’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상당 부분 추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많은 기업들이 추진 중인 “디지털 기반의 초개인화”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다른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초개인화된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기본 요건은 무엇일까?
1) Customization? Personalization!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고객이 입력하거나 설정한 형태에 따라 정보를 보여주고는 개인화를 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는 개인화로 생각하고 정보를 제공했지만 고객은 커스터마이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쇼핑몰 광고 중에 한번 찾아본 상품이 내가 다니는 사이트나 모바일앱마다 추천으로 뜨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고객의 단말에 저장된 웹사이트 방문 이력과 검색어 등의 관심사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디스플레이하는 일종의 애드테크(Ad-Tech)이다. 온라인 광고 업계에서 광고주에게 해당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문제는 데이터를 제공받은 광고주가 이를 가공하거나 개인화한 리타겟팅(Retargeting) 모델을 만들 여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객이 이미 검색한 것과 같은 종류의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찾아본 상품이 다른 서비스에서도 광고로 보여지면 사생활을 염탐 당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 관리업) 또한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본래 의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고객의 동의 하에 수집한 개인 신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금융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살펴보면 수집한 개인 금융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아직 제도 초기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초개인화’라고 하려면 최소한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에 적합한 무엇을 추천해주거나 취향에 맞는 의외의 발견(Discovery)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 데이터로 고객을 이해하는 방법의 변화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활용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초개인화 트렌드 이전에도 개인화가 있었고 고객관계관리(CRM), 고객경험관리(CEM), 디지털 로그분석과 같은 마케팅 기법과 도구가 사용되어 왔다. 이들과 초개인화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면 전통적인 개인화 방식과 초개인화의 차이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CRM 등의 기법은 고객 정보에 포함된 인구통계학적 특성, 구매나 관심에 따른 행동 정보, 메시지나 이벤트 프로모션에 대한 반응을 데이터화 한 고객 반응 정보 정도의 비교적 단순한 데이터 체계를 가진다. 이 경우 고객 타겟팅이 마케터의 주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초개인화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고객 상황, 감정에 따른 선호 맥락(Context)을 읽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동일한 개인이라도 늦은 저녁 집에서 낭만에 젖고 싶을 때에는 와인을 찾고, 친구들과 야구장에 갈 때는 맥주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근 들어 많이 회자되는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의 등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많은 데이터의 확보와 분석을 필요로 한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CRM의 데이터 항목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관점의 수십여 개 항목이었고 데이터 갱신 주기도 매우 길었으며 실제 갱신되는 정보의 양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 선호 맥락을 읽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데이터 종류(예: 고객 행동 로그, 고객센터 상담 내용, 온라인 방문 기록, 외부 온라인 활동 정보 등)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서 만들어진 수백~수천 개 항목을 고객 중심으로 묶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의 구조체를 고객 DNA(Customer DNA, Customer Digital DNA)로 부른다. 최근 들어 유통×서비스, 브랜드 제조사를 중심으로 이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3) 강력한 적시적 실행 능력의 확보
맥락 기반 개인화에는 시간적 요소(On-time)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고객 상황에 따른 맥락은 자주, 그리고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축되는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플랫폼들이 대부분 이커머스 등 B2C 서비스의 전시×노출이나 고객 행동 기반 근실시간 오퍼링 등에 집중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빅데이터 환경은 분석가(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중심으로 마련되어 왔으나 이의 문제점은 실행력이다. 고객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도출한 인사이트가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비즈니스 실행으로 연결할 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이 ‘오늘’ 선호할 만한 상품을 매우 정확하게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도출하는데 수일이 걸린다거나 분석 환경이 오로지 분석가만 접속 가능한 상황이라면 비즈니스에 활용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의 확보×적재, 분석을 거쳐 실행으로 빠르게 연결 및 배포(Deploy)하는 구조를 플랫폼화 하는 것이 빅데이터 기반 초개인화의 활용성을 높이는 핵심 포인트다.
빅데이터와 초개인화 그리고 함정
지금은 빅데이터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조금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지향점과 목표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빅데이터 조직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매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필자의 프로젝트를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혁신에 나서는 기업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요구를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빅데이터, 초개인화를 한다고 하니 막연하게 따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인건비, 인프라 구축 등 투자 비용만 지출되고 실질적 비즈니스 효과가 미미하거나 회사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작은 것이라도 비즈니스에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고 기대 수준과 목표를 가능한 구체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역량에 맞는 시스템×플랫폼을 선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인력의 역량 수준과 기술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이 바뀔 때마다 시스템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본다. 분석가 역량과 맞지 않는 시스템이나 분석 환경은 과투자 혹은 중복 투자를 유발한다. 필요한 만큼씩 확장해 가거나 유연하게 분석 기술을 변경할 수 있는 클라우드 SaaS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3) 비즈니스를 아는 사람을 데이터 분석에 참여시켜야 한다.
기업에서 빅데이터 조직을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 초도 결과물이 나올 무렵이 되면 빅데이터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분석해 보면 기존 비즈니스 조직과의 단절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석가들이 수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냈는데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현업의 입장에서는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인 경우가 있다. 만약 현업 담당자가 분석에 함께 참여했다면 최소 당연한 결과물은 배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분석의 결과물을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준모 컨설턴트
에스코어㈜ 데이터혁신사업팀 컨설팅그룹
금융, 유통∙서비스 산업의 디지털 혁신 전략, PI∙ISP, 빅데이터 플랫폼 전략, 디지털 채널 및 마케팅 전략 컨설팅 전문가입니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Register for Download Contents
- 이메일 주소를 제출해 주시면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자동으로 뉴스레터 신청 서비스에 가입됩니다.
- 뉴스레터 서비스 가입 거부 시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파일 다운로드가 되지 않을 경우 s-core_mktg@samsung.com으로 문의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