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리포트

들어가며

2017년 모바일에서 증강현실을 지원해주는 플랫폼인 AR코어(ARCore)와 AR키트(AR Kit)가 등장하면서 증강현실 시장은 일반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홀로렌즈(HoloLens)와 같은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없이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증강현실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증강현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졌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카메라만 켜면 손쉽게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증강현실 자체의 기술적인 난이도로 인하여 접근이 쉽지 않았던 부분을  AR코어와 AR키트가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두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툴과 개발 라이브러리가 등장하였고 그 결과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모바일로 넘어온 증강현실 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자.

기업들의 활용 사례

홀로렌즈 등의 HMD는 플랫폼과 디바이스마다 독립적이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 주로 연구개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모바일로 넘어온 증강현실은 이미 거대하게 자리 잡은 모바일 시장의 생태계를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실생활에 보다 밀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금 당장 휴대폰을 살펴 보자.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앱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이나 스노우(Snow), 스냅챗(Snapchat) 등 증강현실 카메라 앱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세계 최대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증강현실 뷰티앱 모데페이스를 인수하여 가상으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들고 온라인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상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은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로 고객이 어떤 물품을 구매하는지 인식하여 결재를 진행한다. 언택트 소비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미국 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헤어샵인 아마존 살롱(Amazon Salon)을 최근 오픈하였다. 다양한 컬러의 염색이나 스타일링 등을 가상으로 미리 경험해본 후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된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인 구찌 역시 패션테크 스타트업인 워너비(Wannaby)와 협업하여 증강현실 기술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용자의 발을 인식하여 매장 방문 없이 원하실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쇼핑 시 사용자의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을 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증강현실 기술은 마케팅, 교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반면 정확도 및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산업 현장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작업 현장 특성 상 양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AR 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필수적인데 아직은 완성도 높은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는 언제쯤 AR 글래스를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까?

AR 글래스 근황

모바일 시장에서 증강현실은 점점 커지며 실생활에 밀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HMD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영화 킹스맨 속의 장면처럼 AR 글래스를 착용하고 3D 원격 회의를 하거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가상의 스크린에 손짓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세상이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기대됐으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소프트웨어의 발전뿐 아니라 하드웨어의 발전 역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 손으로 기기를 조작해야 하는 모바일 디바이스보다는 양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요구는 여전하며 마이크로소프트·애플·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2012년 4월 구글은 프로젝트 글래스(Project Glass)라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증강현실용 HMD를 선보였다. 안경 형태로 착용 가능한 컴퓨터인 이 디바이스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일말의 가능성만 보여준 채 사라지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매직 리프(Magic Leap), 뷰직스(Vuzix)의 AR 스마트 글래스 등 다양한 디바이스가 공개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킨 제품은 없었다. 비싼 가격, 실생활에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정확도와 안전성 등의 이유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 보다는 대학, 연구소 등에서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로 인해 증강현실 디바이스는 점차 발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처음 홀로렌즈를 공개한 후 지금까지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19년 홀로렌즈 3세대 제품인 홀로렌즈2를 출시하는 등 AR 글래스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홀로렌즈2는 5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과 566g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 아직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앱스토어 등 가야 할 길은 멀지만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성능의 디바이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20년 5월 애플이 2021년에 AR 글래스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펜데믹 여파가 더해지면서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으나 자사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AR 디바이스를 선보일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5년간 100여개의 AI, AR, VR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기술력을 쌓아 왔고 이미 자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하여 보다 정확하고 사실적인 증강현실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기구축된 모바일 디바이스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어 향후 AR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여진다.

2021년 6월 WWDC에서 애플의 AR 글래스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내에 디바이스를 공개하고 2022년 2분기까지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1년 2월에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 글래스로 추정되는 영상이 유출되었다. 영상을 보면 삼성전자의 또 다른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가 필요 없는 단독 기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출시가 될 지는 미지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향후 전망 및 우리의 대응 자세

일반 대중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에도 디지털 트윈 등 건설·제조·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진행 중에 있다. 아직은 정밀함이 요구되는 현장에 100%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조 도구 성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새로운 디바이스가 끊임 없이 개발·출시되면서 정확도와 안전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이 확산됨에 따라 온라인 가상 회의, 온라인 교육 등에서도 증강현실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원격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교육이나 의료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어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미 초당 수십 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5G 환경이 갖춰져 있고 방대한 양의 지도 정보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디바이스가 안정화되고 기업과 일반 개인에게까지 널리 보급되면 증강현실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증강현실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매우 빠르다. 디지털 변환이 가속화되고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재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 변화를 쫓아가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뛰어들려고 마음 먹었으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미 다양한 툴들과 개발 라이브러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머뭇거리는 순간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다.

증강현실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증강현실이 내재한 가치를 꿰뚫어보고 비즈니스와 연계하려는 노력을 시작해보자.